박형렬에게 사진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개념적이고 시각적인 언어다. 그의 연작 〈산의 단면〉은 인간의 개발로 잘려나간 산을 추적하며 자연에 남겨진 상처를 드러낸다.
경기도 서남부 지역의 간척지를 조사하던 중, 그는 산이 해체되고 그 흙이 토지 확장을 위해 운반되는 모습을 목격했고, 이는 개발이 어떻게 자연을 재구성하고 지워버리는지에 대한 성찰로 이어졌다. 박형렬은 위성 이미지를 활용해 절단된 산의 윤곽을 땅에 새기고 이를 위에서 촬영했다. 이 과정을 통해 그는 부재를 존재로 시각화하며, 관객들이 자연 세계와의 관계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