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네 번째를 맞이하는 프린지 포토 페스티벌은 기존의 전시장을 벗어나 카페, 서점, 거리, 작업실 등 전시가 가능한 모든 공간에 작가들이 참여하고, 시민들이 쉽게 사진을 접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올해 행사는 더 다양한 전시 기획과 사진 비엔날레의 전국적 홍보를 위해 대구에 거주하는 작가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의 사진가로 그 영역을 넓혔고, 사진가 뿐만 아니라 갤러리 대표, 큐레이터를 포함한 기획자로 범위를 확대하여 모집하였다.
국내 최대 사진 행사인 대구사진비엔날레는 20주년을 맞아 현재 사진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전문가들을 섭외하여 포트폴리오 리뷰를 개최한다. 포트폴리오 리뷰는 국내외 사진 전문가(리뷰어)와 사진 작가들이 작품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만남과 연결의 장이다.
2025 대구사진비엔날레 포트폴리오 리뷰는 명망 있는 학예연구사, 갤러리 디렉터, 사진미술관 관장, 평론가 등 전문 리뷰어를 초청하였다. 우수 포트폴리오로 선정된 4명에게는 제11회 2027 대구사진비엔날레 우수 포트폴리오 전시 참여 기회를 제공한다.
사진은 머무는 시선과 그에 깃든 시간의 무게 속에서 시작된다. 본다는 것은 타자의 시간에 머무는 일이며, 지속된 응시 속에서 보는 행위는 시각적 인식을 넘어서 대상과 접촉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태도로 확장된다. 전시에서 말하는 ‘마른 눈’은, 감정이 사라진 눈이 아니라 눈의 물이 마를 만큼 대상을 오래 응시해 온 시간의 흔적을 은유한다.
이 전시는 대구사진비엔날레 ‘2024 포트폴리오 리뷰’에서 선정된 네 명의 작가, 구성연, 류현민, 안옥현, 이손의 시간이 만들어낸 눈-길을 따라간다.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감각을 조직하며, 결국 보는 행위를 대상과 관계 맺는 방식으로 전환해낸다. 그들의 ‘마른 눈’은 시간과 감정, 그리고 관계의 축적으로 형성된 풍경이며, 그 시선은 시각에서 촉각으로 번져간다. 사진으로 무엇을 바라보고 어떻게 관계를 맺는가에 대한 네 명의 사유는 각기 다르지만, 그 끝에서 도달하는 질문은 하나다. :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오래도록 보게 하고, 끝내 그것에 닿게 만드는가.
이 전시는 그 질문 앞에 머무르며, 응시의 지속성과 그 확장성을 묻는다.
구성연의〈사라지지 않으니까〉는 쓰레기와 난초라는 이질적인 조합을 통해 사물의 존재론적 위치를 전복적으로 사유하게 한다. 작업은 버려진 플라스틱이라는 '쓸모없는' 사물과의 관계 맺기에서 시작된다. 작가는 일상에서 기능을 잃고 분리된 것들을 다시 응시하고 수집하며, 난초라는 새로운 상징으로 전이시킨다. 이때의 수집은 기존의 가치 체계 외곽에서 이루어지는 관찰의 지속이고, ‘재명명’은 사물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예술적 실천이자 애정의 응답이다. 한편, 작은 돌을 산처럼 표현한〈바위〉시리즈는 암석이 모래가 되고, ’모래가 암석이 되는’ 지질학적 시간성을 드러내며, 이 과정에서 존재의 쓸모에 대한 사회적 구분은 무화된다. 작가는 이 깊은 시간 속에서 사물에 부여된 위계를 조용히 흔들며, 그들이 품고 있는 가능태를 예민하게 호명한다.
비디오와 사진 연작으로 구성된 안옥현의〈여자는 남자를 남자는 여자를 서로 신성함으로 이끈다〉는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를 주제로 삼기보다, 그것이 반복적으로 재현되는 사회적 서사, 즉 사랑의 연극성에 주목한다. 작가의 작업은 욕망과 상실, 찬미와 자기혐오, 젊음과 나이 듦과 같은 상반된 정념들이 뒤엉키고 충돌하는 무대이다. 삶과 예술이 서로 경계를 그었다가 다시 침범하는 구조 속에서 사랑은 고귀하면서 구태의연하고, 아름다움을 향한 갈망이자 그에 닿지 못하는 초라함을 감당하는 일이 된다. 작가는 영상〈사랑의 전당〉에서 고전 오페라와 실화를 병치시키며 사랑이 얼마나 진부한 클리셰로 반복되고 있었는지 고백하고, 그 비극적 귀결의 예고 속에서 사랑의 파열음을 끊임없이 재생시킨다.
가족에 대한 사랑에서 출발한 류현민의〈김세현 프로젝트〉,〈류상락 프로젝트〉는 가족이라는 사적인 관계를 예술의 언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생겨난 거리 감각을 통해 성숙해지는 사랑의 형태를 보여준다. 다큐멘터리, 연출, 개념적 사진이 혼합된 그의 시리즈는 계속 방향을 바꾸며 하나의 정서로 수렴되기를 거부한다. 작가는 서사의 완결을 피하고 여러 방식으로 제작된 이미지들이 맞물리는 상황을 통해, 관객 각자가 의미를 조합하고 구성할 수 있는 열린 결말을 제안한다. 조카 '김세현'은 애정의 대상이자 거리감에 대한 사유를 끌어내는 타자로 존재하며, 그에게 향했던 시선은 자연스럽게 작가의 아버지, '류상락'에게로 닿는다. 작가는 가족사진이라는 장르 안에서 예술가로서의 자기 인식과 실천을 끌어안으며 통제하지 않되 관계를 기록하고, 시선의 흔들림과 해석의 개방성을 유도한다.
이손은 거리에서 마주친 실종자 현수막을 따라 걸으며 시작된〈Drift Bottle〉과 그로부터 파생된〈먼 산책〉을 통해, 고통과 상실에 대한 감정적 반응을 표류의 형식으로 풀어낸다. 작가는 흔적을 좇되 중심에 닿지 않고, 가장자리를 걷는 감각으로 타자와 자신을 맴돈다. 소수 종교를 둘러싼 가족사는 이미지에 선명히 드러나지 않지만, 직면을 유예하며 그가 고집스레 확보한 거리에는 사랑으로 대변되는 집착과 그로 인한 불안, 두려움과 같은 감각이 오히려 더 뚜렷하게 그려진다. 그가 포착하는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자신을 감싸던 시간과 감정의 잔향이다. 각 챕터에 담긴 망설임의 궤적은 타인과 자신의 고통을 다루는 방식이며, 그가 걸어온 길은 결국 자신의 가족으로 되돌아가는 경로가 된다.
전시는 지속적인 응시를 통해 대상과 닿으려 했던 작가들의 시선과 시간을 따라가며, 보는 행위가 어떻게 타자와의 관계 맺기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탐색한다. 사진은 순간을 포착하는 것을 넘어 대상에게 오래도록 깃들게 하는 시간의 장치이며, 그렇게 사진은 관계적 사유의 장으로 확장된다. 그 시간을 품은 이미지들은 다시 관객의 시선을 머무르게 하고, 작품을 바라보는 행위는 곧 또 하나의 접촉의 가능성을 열어 보인다. 관객은 이 흐름을 완성하는 존재로서 관계적 열림을 실현하는 동력이 된다. 결국 이 전시는 ‘함께 살아감’이라는 시대적 감각 아래, 타자를 향한 관심과 응시를 우리가 지속해야 할 관계 맺기의 태도로 제안한다.
AI와 알고리즘이 주도하는 기술 변화 속에서, 2025 국제사진심포지엄은 사진 뮤지엄과 사진 페스티벌이 제도적 역할과 실천을 어떻게 재구성하고 있는지를 탐색한다. 전시, 수집, 교육, 아카이브, 출판 등 제도 전반이 구조적 전환의 시기를 맞이하는 가운데, 본 심포지엄은 시각문화의 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전략들을 조명한다.
네 개의 발표를 통해, 사진 기관들이 디지털 전환에 어떻게 적응하고 있으며, 관객과의 소통 방식에서 어떤 실험을 시도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또한 포토북이 단순한 편집 결과물이 아닌, 창작 실천과 서사적 표현의 플랫폼으로서 뮤지엄과 페스티벌에서 점차 중요해지고 있는 양상도 함께 살펴본다.
‘프레임 너머’를 사유하는 본 심포지엄은, AI 환경 속에서 사진의 진정성, 윤리, 저작권, 이미지 경험에 대한 질문을 새롭게 구성하며, 동시대 사진 실천의 지평을 확장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