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지는 2012년부터 프랑스에서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퍼포먼스, 영상, 설치,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 그녀의 작업은 자연과 인간 존재 사이의 미묘하면서도 심오한 관계를 지속적으로 탐문한다. 그녀는 우리 주변의 풍경을 익명의 예술가인 자연이 시간과 역사를 끊임없이 새기고 지우며 만들어낸 작품으로 여긴다. 초기에는 이러한 흔적들을 사진으로 포착하는 데 집중했지만, 이후 더욱 다학제적이고 실험적인 접근으로 발전해왔다.
아르메니아의 동굴에서 촬영한 사진 연작 〈돌의 심장〉은 그곳에 도착했을 때 느낀 인상과 깊이 자리한 정서적 감수성을 반영한다. 작업 과정을 통해 그녀는 돌 표면 아래 겹겹이 쌓인 기억과 역사의 층위들을 마주했다. '돌의 심장'이라는 표현이 서구 문화에서 흔히 차가움과 감정적 단절을 의미하지만, 윤미지의 경험은 정반대를 드러냈다. 돌의 단단함에서 그녀는 연약함을 감지했고, 침묵 속에서 울림을 느꼈다. 이러한 숨겨진 감각들을 시각화하고자 그녀는 돌 이미지를 사진 네거티브로 변환하여 표면 아래 놓인 것들을 비추고자 했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돌의 심장〉이라는 제목은 복잡한 감정들의 응축이다—존재의 결을 향한 몸짓이자, 침묵과 울림 사이에 매달린 느낌이며, 그 안에 자리한 조용한 구원의 가능성이다." 돌의 이미지를 통해, 윤미지는 무생물로 보이는 것 속에 깃든 생명의 맥박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