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두의 〈우주〉 연작은 《불가피한 상황과 피치 못할 사정들》 개인전에서 선보인 일부 작품으로, 〈피치못할–오르간〉, 〈창조자의 손〉과 연계되어 제작되었다. 블루스 리듬에 맞춰 오르가니스트가 연주하고 퍼커셔니스트가 밀가루를 흩뿌리는 퍼포먼스를 통해 검정 대리석 위에 펼쳐지는 우주적 이미지를 연출한다.
작가는 2024년 겨울, 한국의 사회적 혼란 속에서 스위스 부부에게서 분양받은 애지중지 키운 효모 ‘그리크(Greek)’를 통해 발효와 생명의 은유를 발견한다. 이주, 향수, 정착 등의 이야기가 미생물과 우주의 세계 속에 하나의 서사로 펼쳐지고, 작업은 보이지 않는 미시적 작용을 거시적 창조의 이미지로 확장한다. 작가는 이 과정을 통해 생명과 우주의 본질, 그리고 우리가 그것들과 어떻게 관계 맺을 수 있을지를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