쥘리에트 아넬은 풍경과 보이지 않는 공간이 지닌 환기적 힘을 탐구하는 작가다. 그녀의 작업은 사진, 비디오, 설치를 결합하여 시간, 기억, 그리고 지각할 수 없는 지질적, 정신적, 선조의 힘과의 관계를 깊이 있게 탐색한다.
〈La main de l’enfant〉(2021–2023)에서 작가는 광물질로 가득한 동굴 깊숙한 곳을 촬영한다. 그곳의 공기는 정지해 있고, 벽은 시간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긴 노출과 섬세한 조명을 통해 아녤은 침묵과 어둠 속에 남아 있는 것을 드러낸다. 빛은 공간을 다시 그리며, 돌은 환영처럼 변모한다. 각 이미지는 물질과 기억에 대한 인내심 있는, 촉각적인 만남이 된다. 이 연작은 과거가 아닌 살아 있는 현재를 말한다. 어둠 속에서 깜빡이며, 바위에 달라붙고, 한때 불꽃이 벽을 타고 흐르던 자리를 기억하는 존재를 상기시킨다.